한국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배우 카토 카즈키 씨가 한국 엔터테인먼트계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 및 크리에이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카토 카즈키의 대담>. 세 번째 게스트로 배우 이해준 씨를 모셨습니다. 해준 씨는 2022년 <엘리자벳>에서 토드 역을, 2023년 <모차르트!>에서 주연을 맡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대작 뮤지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급성장 하며 주목받고 있는 존재입니다.
해준 씨는 현재 한국에서 상연 중인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앙드레 역을 맡고 있으면서 같은 시기에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괴물 역을 연기하는, 어렵고도 대담한 도전을 하고 있는데요! 카토 씨도 일본 공연에서 연기했던 앙리/괴물 역, 그리고 똑같은 페르젠이라고 하는 인물을 <마리 앙투아네트>(이해준 씨)와 극장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카토 씨)라는 각각의 작품에서 연기하는 등, 신기한 인연이 있는 두 사람. 카토 씨가 인터뷰어로 나서 <베르사유의 장미>, <프랑켄슈타인> 토크로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카토: 현재 <베르사유의 장미>에 출연 중이시죠. 원작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계셨나요?
해준: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죠. 저보다 조금 윗세대에게는, TV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있어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카토: 만화가 원작인 작품을 연기하시는 것은 처음이죠. 이번 뮤지컬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하는 이야기더군요. 역할을 만드는 데 있어서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알려주세요.
사진 제공:EMK Musical Company
(C)Ikeda Riyoko Production
해준: 앙드레와 오스칼의 관계를 제대로 보여주려고 의식했습니다. 당시는 신분 차이가 뚜렷했던 시대입니다. 사랑과 우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거기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죠. 오스칼에게 공기 같은 존재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오스칼은 앙드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숨을 쉴 수 없는 것처럼 느낍니다. 그건 바로 오스칼에게 있어서 앙드레가 공기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공기는 어느 때라도 곁에 있으니까요.
카토: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인데요. 한국에서는 트리플 캐스트가 많지요. 자신과 같은 역할을 연기하는 캐스트와 토론을 하기도 하나요?
해준: 연출가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 왕용범 연출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끌어내려고 하셨어요. 연습도 따로 했어요. 런스루 때 처음으로 다른 분의 연기를 보고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카토: 와~!! 그거 재밌네요! 일본에서는 그런 연습 스타일은 없을지도 몰라요. 그건 왕용범 씨의 연습 스타일인가요?
해준: 맞아요. 배우들 각자의 개성을 소중히 여기고 계신 거죠.
카토: 그렇군요! 그래서 같은 작품이라도 모든 조합을 보고 싶어지는 거군요(웃음).
해준: (웃음)
카토: 그리고 <베르사유의 장미> 공연에서 주목할 포인트가 또 하나 있죠. 앙드레가 술에 취한 오스칼을 안아 올린 채로 꽤 오랜 시간 노래하는 장면이 있어요. 저도 사실 더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비슷한 자세로 노래한 적이 있거든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지 않나요…?
해준: 이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익숙해지는 게 목표예요(웃음). 하지만 원작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듯한 아름다운 장면으로 만들고 싶어서요. 평소에 앙드레는 오스칼을 건드릴 수조차 없는 관계잖아요. 술에 취했을 때만 마음을 허락해주고, 안아 올릴 수 있죠. 그런 안타까움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어서, 쉽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카토: 정말 아름다웠어요! 하지만 힘들겠구나라고…(웃음).
해준: 배우의 시점에서 봐 주셔서 기쁩니다(웃음).
카토: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페르젠 역을 맡으셨었죠. 같은 프랑스 혁명에서 페르젠과 앙드레라는 두 역할을 맡으신 건데요…
해준: 어떻게 보면 프랑스 혁명에 익숙한 부분이 있네요(웃음). 원작에서는 페르젠과 마리 앙투아네트, 오스칼, 앙드레 네 사람의 인간성이 아주 깊이 있게 그려져 있죠. 페르젠과 앙투아네트의 선을 넘어버린 사랑의 굉장함은 페르젠 역을 했기 때문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오스칼을 중심으로 연기를 쌓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카토: 앙드레를 연기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오스칼의 매력이 있나요?
해준: 오스칼과 앙드레는 소꿉친구로, 누구보다 오스칼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죠. 하지만 오스칼과 함께 성장하며, 자신의 뜻을 관철해 나가는 오스칼의 모습은 굉장히 고귀하고 위대하게 보였습니다. 오스칼은 남자가 봐도 여자가 봐도 아름답고 멋있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토: <베르사유의 장미>는 일본에서도 팬이 굉장히 많은 작품입니다. 저도 <베르사유의 장미> 초연을 봤을 때, 관객석도 체크를 했는데요(웃음). 일본인 관객도 많았습니다. 일본 분들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해준: 워낙 유명한 원작이라 솔직히 부담은 크지만… 일본의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앙드레도 팬이 많은 캐릭터죠. 선은 넘지 않는 곳에서 계속 오스칼을 지켜보고 있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 어느 나라에서나 사랑받는 캐릭터입니다. 앙드레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이 멋진 원작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웃음).
카토: 다음으로는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들려주세요. 이 작품에는 첫 참가하시는 거죠.
해준: 네. 사실 저는 초연을 봤어요. 굉장히 충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늘 참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설마 제가 출연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그러던 것이 이번 10주년 공연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카토: 그렇군요! 참고로 그동안 계속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셨나요?
해준: 역시 앙리/괴물 역입니다!
카토: 염원이 이루어졌네요! 7월 16일부터 8월 24일까지는 <베르사유의 장미>, <프랑켄슈타인> 두 작품에 동시 출연하시는데…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해준: 확실히, 혼란스러운 것은 있네요…(웃음). 체력적으로도 힘들고요. 하지만 다른 인생을 같은 시기에 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을 보신 관객이 ‘<베르사유의 장미>에도 나오는구나’라고 흥미를 가져 주시고, 더 나아가서 ‘전혀 다른 역할이네!’라고 생각해주신다면 기쁘겠네요.
카토: 저는 한 작품에서 1인 2역을 연기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전혀 다른 작품을 하시는 거잖아요…! 동시에 두 작품은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웃음). <프랑켄슈타인>은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앙리와 괴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해준: 죽은 앙리가 괴물로 되살아난다는 이야기인데 같은 인물로 보이지 않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다른 인물이 되지 않게. 죽은 앙리의 시점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카토: 저도 일본에서 앙리 역을 연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몸과 마음 모두 굉장히 에너지를 요구하는 역이지요.
해준: 그렇네요. 우울해질 것 같은 무거운 역할이에요…(웃음). 몸을 크게 보일 필요는 없지만 괴물은 인간 병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처음으로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습니다. 주위에도 미안할 정도로 예민해져서. 개막한 지금은 단백질을 넉넉하게 해서 네 끼를 먹고, 평소보다 1~2시간 더 잔다는 것에 유의하고 있습니다.
카토: 공연을 두 개나 하고 계셔서죠. 기분 전환은 잘 하고 계신가요?
해준: 일만 하지 않도록 기분을 새로이 하려고 합니다. 빈 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가족들과 식사를 하거나… 아직 개막한지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제 자신을 힐링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카토: 힐링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웃음).
해준: 오늘이 힐링이었어요(웃음). 늘 카토 씨를 다시 만나고 싶었거든요.
카토: 저도요!
해준: 일본 분들이 좋아하는 역할을 연기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언젠가 일본 뮤지컬에도 출연하는 것이 꿈입니다.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다음에 꼭 가르쳐 주세요.
카토: 물론입니다! 저도 한국어 가르쳐주세요(웃음)!
통역/김태희
촬영/김지현
구성・글/시오츠카 유메(산케이신문사)
한국어 번역/조서정
카토 카즈키(KATO KAZUKI)
1984년 10월 7일생. 2005년 뮤지컬 <테니스의 왕자님>으로 각광받았다. 적극적인 음악 활동을 통해 2009년 한국, 대만, 중국에서 CD 데뷔를 했다. 배우로서 드라마, 영화, 연극에 출연하는 것 외에도 뮤지컬 배우, 성우로도 활약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의 일본판 <마타하리>와 <프랑켄슈타인>, <잭 더 리퍼>에 출연하는 등, 한국 뮤지컬과 인연이 깊다. 제46회(2020년도) 키쿠타 카즈오 연극상을 수상했다.
연극 <맨발로 산책>이 9월 27일 오사카 공연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도쿄를 포함한 전국각지에서 재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카토 카즈키는 닐 사이먼 각본의 마음 따뜻해지는 코미디에 다시 한번 임한다. 또한, 2025년 1월에 상연하는 뮤지컬 <러브 네버 다이>에서는 라울 드 샤니 자작 역을 연기하는 것이 발표되었다.
이해준(Lee Hae Jun)
1988년 12월 4일생. 185cm.
2013년에 뮤지컬 <웨딩싱어>로 데뷔. 그 후, 연극에도 출연해 착실하게 연기력을 쌓았다.
2019년에는 <쓰릴미>에서 그 역, 2020년에는 <블랙메리포핀스>에서 헤르만 역을 맡았다.
큰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것은 2022년. <엘리자벳>의 토드 역 오디션을 보고, 훌륭하게 합격. 큰 키를 살린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으로 큰 성과를 이룬 후, 2023년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 역, 2024년 2월~5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페르젠 역을 맡아 한국의 뮤지컬 스타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앙리/괴물 역에 도전하며, 7월 16일 세계 초연을 맞이한 한국 오리지널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는 앙드레 역을 맡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Stage Information
신작 오리지널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 이케다 리요코
총괄 프로듀서: 엄홍현
프로듀서: 김지원
극작, 작사,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작곡: Brandon Lee
제작: EMK뮤지컬컴퍼니
【캐스트】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트리플 캐스트):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
앙드레 그랑디에(트리플 캐스트):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
베르날 샤틀레(트리플 캐스트): 박민성, 서영택, 노윤
마담 드 폴리냑(트리플 캐스트): 서지영, 리사, 박혜미
로자리 라 모리엘(더블 캐스트): 유소리, 장혜린
【공연기간】
2024년7월16일(화)~10월13일(일)
【극장】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Stage Information
<맨발로 산책>
극작:닐 사이먼
번역:후쿠다 나루시
연출:모토요시 츠네야스
출연:
폴 브래터:카토 카즈키
코리 브래터:타카다 카호
전화 회사의 남자:후쿠모토 신이치
빅터 벨라스코:마츠오 타카시
뱅크스 부인:토다 케이코
기획・제작:CAT프로듀스
【도쿄 공연】
일정:2024년11월8일(금)~11월19일(화)
극장:긴자 하쿠힌칸 극장
문의처:티켓 스페이스 03-3234-9999(10:00~15:00 ※휴일 제외)
그 외 오사카, 이바라키, 카나가와, 시즈오카, 도쿄·히키후네, 도쿄·호야, 홋카이도(마쿠베츠, 시베츠, 나카시베츠, 삿포로, 오조라), 미야자키, 오이타, 미야기, 아이치 , 카가와 공연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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